여과는 과할수록 좋다?

어제 포스팅에 이어서, 변질된 카더라를 바로 잡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과기를 어떤 여과기를 써야 하며, 여과기를 몇 개를 써야 하는가에 대한 답에 다들 이렇게 얘기합니다.

"여과는 과할수록 좋다"고, 그런데 이게 맞는 것일까요?

 

짤방입니다. 알비노풀레드 구피

이는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여과는 과해도 부족함이 없다"가 와전된 것입니다.

수조의 질소순환사이클을 이해하면 여과는 과할수록 좋다라는 말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극소수의 생물이 살고 있는(예를 들어 구피 두마리 정도?) 3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수조에 스펀지 여과기가 2개 들어 있고, 2리터짜리 외부여과기가 하나 더 들어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또 단순화시켜서 스펀지여과기 1대에 10마리의 박테리아가 살 수 있고, 외부여과기에는 50마리가 살 수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때 박테리아들은 구피 2마리가 내놓는 암모니아만 처리하면 됩니다. 이 때 필요한 박테리아가 2마리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박테리아가 1마리 있을 경우에는 부족한 박테리아만큼 암모니아가 쌓일 것입니다. 그러나 박테리아가 1마리에서 2마리로 증식을 하면 딱 맞는 수준을 유지하겠지요. 그리고 이 2마리의 박테리아는 스펀지여과기 혹은 외부여과기 1대에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물론 단순화하여 암모니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이것은 아질산의 케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2마리의 박테리아가 4마리로 증식을 하여 6마리가 산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러면 4마리는 암모니아가 부족하므로 결국 사멸하게 됩니다. 이 증식과 사멸을 반복하며 더 이상 박테리아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결국 스펀지여과기나 외부여과기들은 그냥 노는 겁니다. 스펀지여과기 1개만으로도 충분히 현재 상태를 유지할 수가 있지요. 

 

만약에 구피 2마리가 역시나 폭번을 해서 30마리가 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박테리아는 30마리가 필요합니다. 박테리아는 증식을 하게 될 것입니다. 스펀지여과기에 각각 열마리씩 들어가고 외부여과기에 열마리가 더 들어가면 또 적정한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서 30마리가 폭번을 해서 300마리가 된다면 박테리아는 300마리가 필요하겠지요. 그러나 지금 있는 여과기에는 70마리밖에 들어갈 수가 없게 되고, 결국 여과력 부족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개체수를 70마리 아래로 줄이거나, 여과기를 더 설치를 하면 해결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2마리를 키우는데 여과기를 박테리아 300마리가 살 만할 정도로 과여과를 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2마리가 내놓는 암모니아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박테리아 2마리만 있으면 되는데, 과여과를 해주면 상관은 없겠지만, 어차피 여과기는 놀게 됩니다. 여과는 과할 수록 좋은건 아니라는 뜻이지요. 그러나 여과는 과해도 부족함은 없을 것입니다. 박테리아 300마리가 살 만할 정도로 과여과를 해준다면, 앞으로 2마리가 30마리로 폭번을 하고 300마리로 폭번을 하더라도 버텨줄 수 있는 버퍼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니까 말이지요.

 

결론은 여과는 과할수록 "좋다"는 틀립니다. 과해봐야 전기먹고, 에어먹으며 놀고 먹는 여과기가 생길 뿐입니다. 반면에 여과는 과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맞습니다. 만약 2마리가 살더라도 박테리아 300마리가 살 만하게 과여과를 하면 여과기가 놀기는 놀더라도 부족함은 없는 법이고, 또한 여과가 부족하면 문제가 생기지만, 여과가 과하다 해서 생물의 생존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예민한 개체를 키울 경우에는 생각보다 여과를 과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여과기라는 건 결국 수조 내에 공간을 차지하게 되고, 또한 작은 수조에 여과기를 여러 개 놓으면 수류를 컨트롤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며 쓸 데 없이 에어소비와 전기소비를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생각보다 과한 여과를 할 수 있도록 세팅은 하되 그렇다고 너무 과여과에 목 맬(이를 "여과병"이라고들 합니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방은 한평짜리 방에 창문이 30개이고, 그 창문에 모두 환풍기가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는 데 지장은 없겠다만, 그렇다고 환풍기가 많아서 좋다는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