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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물생활/주저리주저리

고정구피 작명에 대한 무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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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구피의 이름이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https://jangborimart.tistory.com/52

 

구피 이름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구피 이름 제대로 부르기

오늘은 구피 이름은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아마, 관상어 커뮤니티에 구피 관련 올라오는 질문의 80%는 "우리 산모는 언제 치어를 낳을까요?"가 될 것이고, 나머지

jangborimart.tistory.com

이에 대해 조금 더 들어간 이야기를 오늘은 무거운 마음으로 해보고자 합니다.

저같은 하수들을 제외한 고급 브리더들의 궁극적인 꿈은 자기가 직접 작출하여 고정시킨 구피를 만드는 것일 겁니다.

 

예를 들면 요새 핫하다고 하는 핑크키티(정확하게 얘기하면 이는 알비노 아쿠아마린 핑크테일이지만)나 알비노HB오팔(이는 알비노HB블루에서 새로운 인자를 찾아내어 고정시킨 케이스입니다) 등 새로이 고정시켜 만들어진 구피의 경우 작출자가 이름을 붙입니다. 잘 팔리기 위해서는 좋은 이름을 상품명으로 붙이면 더더욱 좋겠지요. 아마 알비노 아쿠아마린 핑크테일이라는 이름보다는 핑크키티가 팔리기는 더 좋은 이름 같긴 합니다. (킴디스커스 앤 구피의 좋은 마케팅이죠.) 개인적으로는 이런 여러가지 새로운 고정구피들을 작출하든, 수입하든 국내 시장에 소개하는 것이 구피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관상어 시장 저변 확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내가 키우는 알비노 아쿠아마린 블루테일(이는 다르게 표현하면 알비노 블루토파즈입니다)에 뭔가 이상한 탈락이 나왔는데, 갑자기 핑크키티와 비슷한 색감이라면?

내가 키우는 알비노 HB화이트에서 이상한 탈락이 나왔는데, 갑자기 알비노HB오팔과 비슷한 색감이라면?

어떨까요? 그게 핑크키티일까요? 아니면 그게 알비노HB오팔일까요?

 

해답은 간단합니다. 그 탈락같이 생긴 개체를 핑크키티 또는 알비노HB오팔과 교잡시켜 보면 됩니다.

후대가 똑같이 나오면, 아니 70%만 똑같이 나오면 그 P개체를 핑크키티, 또는 알비노HB오팔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아니면 시도하지도 못하겠다면 그건 그냥 이도저도 아닌 탈락입니다.

 

수입개체든, 아니면 작출된 개체든 이제 조금 풀려서 여러 사람들이 키우고 있습니다.

이런 개체들의 장점이자 단점은 희소성이죠. 저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들이 이 개체를 키우고 있지 않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있습니다만, 그게 단점으로 작용하지요. 여러 대 흘러내려간 것이 아니므로 아직 고정률이 엄청 높진 않다는 겁니다.

 

핑크키티를 분양받아 키웠는데, 퍼플키티도 같이 나옵니다.

알비노HB오팔을 분양받아 키웠는데 알비노HB블루가 섞여 나옵니다.

당연하지요. 베이스는 어쨌든 알비노 아쿠아마린이고, 알비노HB블루인데...

고단한 선별을 계속 유지하지 않으면 이도저도 아닌 개체들이 많이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핑크키티도, 퍼플키티도 아닌 탈락을 핑크키티라며 분양한다면?

아니면 알비노HB오팔에서 나온 알비노HB블루를 후대에 오팔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오팔이라고 분양한다면?

그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냥 사기입니다. 피해는 입양자가 다 뒤집어쓰지요. 

핑크키티를 받았는데 후대에 핑크키티가 안 나오고, 오팔을 받았는데 후대는 다 퍼런 애들만 나오는 불상사가 벌어집니다.

 

알비노 풀레드 구피(숫)

알비노 풀레드는 정말 무지하게 많은 사람들이 키우는 스테디셀러입니다.

이정도면 고정률이 어마무시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어떤 개체는 정말 색감이 좋고, 어떤 개체는 정말 체형이 훌륭하지요. 어떤 개체는 이도저도 아닌 full을 붙이면 멱살잡힐 만한 풀레드가 나옵니다.

 

색감이 좋은 개체를 만약 제가 멋대로 알비노 슈퍼풀레드라고 이름을 지어서 막 분양하면? 그건 사기입니다.

또 제대로 발색이 안 나오는 풀레드를 부모개체 사진만 올려놓고 팔아먹는다면? 그것도 사기에요.

왜냐면 다음 세대에 저렇게 색감이 좋은 개체만 계속 뽑아낸다는 보장이 없거든요. 좋은 색감은 아직 고정되지 못한 것이지요.

 

알비노 풀레드 구피(암)

작출한 구피의 경우 베이스가 된 원종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 원종이 아닌 다른 종류에서 작출된 구피와 비슷하게 생긴 개체 한마리 나왔다고 해서 그 구피가 작출한 구피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고정시키는 작업을 거쳐야겠지요. 그게 아니라면 그냥 믹스나 다를 게 없습니다.

 

알비노 풀레드 구피(암)

특히 이런 문제는 작출자가 매우 민감해 합니다. 자신의 노력을 완전 무시당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거든요.

진짜 좋은 구피 찾아다니며 국내 시장에 소개하려는 관련 업체들도 그런 부분에 매우 민감합니다.

돈벌이를 떠나서, 그 동안의 노력을 완전 허사로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입양을 하든, 분양을 하든, 자기가 사려는 구피, 자기가 팔려는 구피의 이름은 제대로 알아야 하고...

고정률이 떨어지면 선별을 해야 하고, 선별 못 하겠으면 제 값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근데 선별은 귀찮고, 부모개체는 비싸게 샀으니 후대는 발색도 나오기 전 유어지만 본전은 뽑고 싶으니 저질 개체들이 막 풀려나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리고, 한마리 못 보던 개체 튀어나왔다고 해서, 고정화 과정이 없이, 이름 내가 붙이는 것은 아주 위험한 짓입니다.

그건 사기꾼과 다를 게 없습니다.

(예: 오팔이 나오는 알비노HB블루, 핑크키티가 나오는 알비노 블루토파즈 등 이렇게 분양하면 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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