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을 하는 것 같던 30배럭 한 쪽에 백탁이 왔습니다.
뭐 사진상으로는 잘 안 보이긴 하는데, 확실히 뿌옇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사료 급여량 과다에 따른 백탁이 온 것 같습니다.
세상 물생활엔 물고기 탓으로 오는 문제는 하나도 없습니다. 다 사람 탓이지요.
신나게 밥을 많이 줬던 제 탓입니다.
백탁이 오면 참 당황스럽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되고, 유튜브를 찾아보면 "환수를 해라, 박테리아를 넣어라, 활성제를 넣어라, 백탁제거제를 넣어라, 답없다 리셋을 해라." 아주 다양한 답이 나옵니다.
그래서 마음먹고 환수를 합니다. 결과적으로 환수한 날은 괜찮은데 그 다음날 다시 백탁이 와 버립니다.
박테리아를 넣습니다. 넣은 날도 뿌옇게 되는데, 그 다음날은 더 뿌옇게 됩니다.
박테리아 활성제를 넣습니다. 넣은 날도 뿌옇고, 그 다음날부터는 생물들이 비실비실해집니다.
백탁제거제를 넣으랍니다. 이건 저도 안 넣어봐서 패스.
그러다 결국 좌절하며 리셋을 하죠. 도대체 무슨 낙으로 물생활을 하는 걸까요? 백탁 하나 떄문에....?
백탁은 흔히 박테리아의 사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말엔 동의하지 않습니다.
박테리아가 죽은거면 환수해서 박테리아 사체들을 빼 주면 당연히 다시 물이 맑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거든요.
백탁은 여러 여과박테리아들의 불균형에 따른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 합니다.
뭔가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여기서는 제가 밥을 많이 줬다는게 요인이겠지요) 유기물이 많아지고 이에 따라 유기물을 양분으로 하는 박테리아가 소위 폭풍번식을 해버린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환수를 해서 박테리아를 빼준다고 해도, 박테리아의 어마무시한 번식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다음 날 다시 백탁이 오는 것이겠고, 활성제를 넣어주면 안 그래도 유기물 폭발인데 활성제까지 들어갔으니 더더욱 박테리아가 폭번하고 이들이 써버린 산소(대개 이런 박테리아들은 호기성이므로) 때문에 생물들이 타격을 받습니다. 리셋을 하면? 속은 시원하겠다만 죄없는 생물들이 또 수질쇼크를 먹지요.
물론, 어느정도 여과기가 푹 묵어 있으면 90% 환수라는 극약처방을 해도 됩니다. 묵은 스펀지 여과기는 적어도 하루남짓이면 그 전의 물 상태로 되돌려 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설프게 20%, 30% 환수는 소용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번주에 리필 스펀지로 교체를 했으므로 믿을 게 박스저면밖에 없는 판국이라 이런 극약처방은 지금 못할 듯 합니다. 게다가 저기 들어있는 애들은 구피 중 예민보스 알비노풀레드와 코리도라스 중 예민보스 콜레어, 그리고 새로운 예민 다크호스 화이트팬더 롱핀이라 저기 갈아엎었다가는 사고가 터질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기다림"입니다.
어쨌든 물이 잡힌 수조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박테리아의 균형이 맞춰집니다.
대신 호기성 박테리아의 폭번으로 인한 백탁이므로 그놈들이 써 버리는 산소 때문에 산소 부족으로 생물들이 타격을 받지 않도록 콩돌을 하나 쎄게 돌려줍니다. 에어레이션이 어느 정도 용존산소를 올려주면 생물들이 잘 버티고 놀 수 있겠지요.
기다리면 언젠가 물은 다시 맑아질 겁니다.
물잡이 중에도 백탁이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백탁이 한번 오는 것도 아니고 왔다 갔다 할 때가 있지요.
이 때도 결국 그냥 기다리면 됩니다. 호기성 박테리아들이 한 번씩 폭번하면서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수조의 질소 사이클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볼 때 기다림의 여유만 있다면 백탁은 오히려 반가운 손님입니다. 물잡이 중에 저는 백탁이 한번도 안 왔다고 자랑하는 분도 있는데, 물잡이가 제대로 안 되었을 가능성이 높으며 향후 생물 수에 따라 한번 폭탄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저는 사료 좀 대충 집히는대로 막 던져 주는 습관을 고쳐야겠습니다.
아무래도 백탁이 저에게 벌을 내린 듯한 느낌이네요.
백탁은 무서워할 것도 좌절할 필요도 없으며, 그냥 시간이 해결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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