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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물생활/주저리주저리

구피 무여과 키우기는 가능한가? 아무것도 없이 구피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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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냥 드는 생각을 끄적끄적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구피를 처음 키우는 사람들에게 가장 혹 할 얘기는 무엇일까요?

 

아마 제일 큰 게 "장비 없이 폭번을 하더라" 일 것입니다.

누구는 "아무것도 없이 그릇에서 키우는데 새끼 잘 낳는다더라, 밥만 주면 되니 키우기 쉽다더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구피를 사거나, 가지고 옵니다.

 

근데, 사실 해 보면 잘 안 됩니다. 죽이고 나서 "구피 잘 키우는 법"을 찾아보지요.

 

과연 아무것도 없이 구피를 키울 수 있을까요?

 

키울 수 있을까?

이를 무여과라 하는데 참 불쏘시개 같은 주제입니다. 

 

물생활 커뮤니티에서도 가장 싸움 많이 나는 주제기도 하지요. 누군가가 질문글을 올립니다. "구피 키우는데 무여과로 키울 수 있나요?" 그러면 여과파와 무여과파가 "된다, 안된다"로 싸우다가 감정싸움까지 납니다. 희한하게 꼭 그런 글은 질문자가 피드백이 없어요. 희한하지요. (이유를 모르겠네....)

 

여과기라는 장비 없이 키우는 몇 가지 사례들이 있습니다.

 

첫째로, 구피를 수반에다 아무것도 없이 키우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옹기수반 같은 것은 토기로 만들어져 이미 수반에 무수하게 많은 기공이 있습니다. 거기에 여과박테리아가 활착하여 여과를 하기 때문에, 수반 자체가 거대한 여과기가 됩니다. 그러므로 "나는 옹기수반에 구피를 키우는데 아무것도 안 넣고 키우지롱" 하면 틀린 얘기입니다. 다만, 수반에 구피를 키우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구피는 위에서 관상하는 종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피는 옆에서 보는데 의의가 있는 관상어지, 위에서 보면 뭐 별 재미가 없습니다. 또한 구피가 뭔가 문제가 생기면 꼬리핀이나 등핀을 접게 되는데 이는 옆에서 봐야 바로 파악이 가능합니다. 위에서 봤을 때 움직임이 이상한 것이 파악되면 그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지요. 그리고 옹기수반은 둥글어서 히터 설치가 쉽지 않아 겨울에 난방비가 많이 드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옹기수반에 키울 만한 어종을 추천하자면, 위에서 관상할 수 있고 저온에서도 잘 버티는 메다카가 좋습니다. 구피는 옹기수반에 키울만한 어종은 아닙니다.

 

둘째로, 사람이 여과기가 된 케이스입니다. 밥 주고 매일매일 구피 빼서 싹 닦아주고 바닥재도 다 닦아주고 수조도 뽀독뽀독 닦아주고 물을 싹 다 갈아주는 경우인데, 이렇게 되면 암모늄이 쌓일 건덕지가 생기지 않기 떄문에 최소한 암모늄 중독, 아질산 중독, 질산염 중독으로 구피가 죽는 경우는 없습니다. 대신에 30cm 이상의 수조일 경우 치우는 사람이 너무나 괴롭고(이건 뭐 더 이상 취미생활이 아니고 노동이 되지요), 전체환수 시 수온을 제대로 못 맞추면 그대로 쇼크먹고 폭탄됩니다. 또한 전체환수로 수질이 100% 변화되기 때문에 적응력 좋은 믹스구피만 가능하지요. 이런 관리방식으로는 알비노는 아예 불가능하고 노멀 고정구피도 어려울 겁니다. 잘 보시면 이런 케이스로 키우시는 분들 중 믹스 아닌 분이 없을 겁니다. 왜냐면 불가능하거든요.

 

셋째로, 왈스타드 메소드라고 해서 적은 수의 소형 열대어+무수한 수초+잔반처리기 새우의 조합으로 절묘한 균형을 맞추어서 무여과를 실현시킬 수도 있습니다. 일단 열대어 수가 적기 때문에 나오는 암모늄과 아질산의 양이 작고, 양이 많지 않은 질산염은 수초가 해결합니다. 잔반은 무조건 썩기 때문에 잔반을 전혀 남기지 않기 위해 새우를 투입하여 청소를 시킵니다. 절묘하게 균형이 맞는 겁니다. 더 나아가 제대로 왈스타드 메소드가 적용이 되면 물보충만으로도 관리가 가능해지는데.....이러면 모두가 다 도전하겠죠? 왈스타드 메소드의 제일 큰 문제, 일단 적은 수의 소형 열대어로 개체수가 한정이 되어 버립니다. 구피는 한달 지나면 이미 이 방식이 불가능 할 정도로 개체수가 늘어나 버리기 때문에 바로 균형이 깨지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된다? 폭탄 터지는거죠. 그러므로 이 방식에서 쓰는 어종은 작은데 번식도 어려운 라스보라나 소형 테트라류로 제한됩니다. 무여과에 혹해서 구피로 시도하려고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외의 경우에는 모두 여과기가 있어야 합니다.

내가 키우고 싶은 어종이 메다카가 아니라 수반은 의미가 없고, 허구헌 날 수조 뒤집어 엎는 중노동은 못하겠으며, 키우고 싶은 구피는 고정구피라면 무여과로 할 수 없다는 사실 아시겠지요?

 

여과는 과해도 모자라진 않지만, 작은 수조라면 스펀지여과기 한두개만 있어도 구피를 충분히 관상하고 즐겁게 번식에 도전하실 수 있습니다. 누군가 "나는 아무것도 없이 밥만 주는데 잘 살던데?" 라고 하면 이렇게 대답해주세요.

 

"그것은 잘 사는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버티는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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