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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물생활/주저리주저리

구피 소금욕 필요한가? 소금욕에 대한 짧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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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피가 문제가 생기거나 해서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하는 질문이 올라오면 대다수 많은 답변이 "수온을 올리고 소금욕을 해 주세요."라고 합니다. 

 

구피가 비실비실 대는 것 같아서 잠시 소금욕을 해 줬더니 팔팔해집니다.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게시글로 포스팅하며 이야기 합니다. "우리 구피가 아파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유튜브를 보고 소금욕 해줬더니 살아났어요."

 

아프다는 데 증상이 없고, 증상이 없는데 아프고, 아픈데 소금을 치니 나은 것 같아 보입니다. 과연 괜찮아진걸까요?

 

소금욕의 원리부터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리를 생각해보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은 삼투 현상입니다. 이는 얇은 막을 두고 농도가 다른 용액이 존재하는 경우 용매(대개 물)가 농도가 묽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해수에서 사는 해수어의 경우 체내의 농도보다 체외의 농도가 더 높기 때문에 염분을 걸러서 내보내는 방법을 씁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몸에 있는 수분이 체외로 다 빠져나가면서 쪼글쪼글해지겠지요?

한편 담수에서 사는 담수어의 경우 체내의 농도가 체외의 농도보다 더 높기 때문에 묽은 소변을 다량 배출하는 방법을 씁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체외의 물이 다 체내로 들어오면서 빵빵하게 터져버릴 겁니다.

 

그러므로 담수어를 해수에 넣으면 죽고, 해수어를 담수에 넣으면 죽습니다. 

그러나 송사리과 종류는 워낙 적응력이 강해서 약간의 소금물에서도 적응을 할 수 있습니다. (구피가 기수어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처음 채집된 곳부터 야생 구피가 사는 곳도 전혀 기수지역이 아닙니다.) 

 

그리하여 이 소금욕이라는 민간요법이 나오게 된 것이지요. 

 

소금은 소독효과가 있어 살균효과가 있습니다. 거기에 삼투 현상으로 구피의 체내 분비물이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이때 같이 빠져나간 균들이 소금에 의해 멸균된다!(진짜????). 이게 소금욕 효과의 전부입니다.

 

소금욕의 부작용에 대해 생각해보면 너무나 많지만 짧게 세가지 정도만 들어 보면 -

 

첫째, 농도를 맞추기 힘듭니다. 

소금욕 고수들은 말합니다. "0.5%로 시작하여 회복이 안되면 1.0%, 또 회복이 안되면 1.5%, 그래도 안 되면 2.0%로 올려라, 그러다 회복되는 것 같으면 0.5%씩 농도를 낮춰라" 라고 가이드를 주는데, 이것을 정확히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농도를 제대로 못 맞춰서 결국 쇼크사 시키게 되지요. 안 하느니만 못한 소금욕이 됩니다.

 

둘째, 효과가 있어 보이지만 결국 효과는 없습니다.

소금을 타면 갑자기 구피가 활발하게 위아래, 위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핀도 막 펴고 부르르 떠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초심자들이 보면 이것은 회복의 징조입니다. 하지만 저러는 이유는 회복하는 것이 아니고 헐떡거리는 겁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가미의 움직임이 굉장히 빨라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키우는 환경 개선이 없이는 잠깐 헐떡거리며 회복된 것처럼 보여도 수조로 돌아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빌빌댑니다. 그 이후 소금욕을 또 시키면 염분을 못 이기고 쇼크사를 하게 됩니다.

 

셋째, 질병 치료에 대한 경험을 놓치게 만듭니다.

물론 관상어를 키우는데 아프고 죽으면 짜증이 납니다. 다만, 증상에 맞는 약을 써서 회복시키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 경험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 나중에 비슷한 증상이 생기면 껌 씹으면서 처리할 수 있지요. 핀이 녹거나, 배가 마르거나, 배가 부르거나, 몸에 무언가 생기거나 이런 증상은 다 요인이 다르고 치료방법도 다릅니다. 그러나 소금만 쳐버릇 하면 어떤 증상인지 어떤 약을 쓰면 효과가 있는지 관심도 없이 소금욕을 시키게 되고, 치료 시기를 놓쳐버리며 그 결과는 모두 쇼크사입니다. 구피 같이 작은 개체들은 증상에 따라 급히 약을 쓰지 않으면 거의 소생시키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소금욕을 시키면서 골든타임을 모두 버리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소금욕 너무 싫어합니다. 회복됐다고 해도 플라시보 현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 생각합니다.

요새 관상어 약품 잘 나옵니다. 예전처럼 일제 엘바진 하나 넣고 비나이다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러가지 약품이 많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물론 약을 쓰지 않고 키우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상비약 정도는 수족관에서 용품 구입하실 때 수족관 사장님께 여쭤보면 추천해 주실 겁니다. 

 

제가 추천하는 상비약은 멜라픽스와 피마픽스이며, 메디슨 시리즈도 효과가 좋으므로 구비해두시면 좋을 듯 합니다.

또한 초심자들이 가장 걸릴 가능성이 높은 백점병의 경우 소금욕보다는 메틸렌블루(마트에서도 이제 팝니다)가 효과가 백배 좋으므로 격리해서 메틸렌블루 약욕을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참고로 송사리과인 구피가 아닌, 코리도라스나 안시, 새우 등 다른 담수어에게 소금 먹였다가는 그대로 즉사하므로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구피는 당장 죽지 않으나, 나머지 종류들은 정말 당장 죽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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