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기온 변동이 심해지는 봄, 가을 환절기에 물생활하는 사람들의 인사가 있습니다.
"사람은 감기 조심, 애어는 백점병 조심!"인데요.
백점병이라는게 전염성도 세고, 치료하기는 귀찮은데 게다가 치료를 대충 하면 재발하거나 심하면 용궁 가는 일이 많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백점병이 무엇이고,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하는 지 간단하게 포스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백점병은 물고기의 온 몸에 하얀점이 뒤덮이는 질병으로 ichthyophthiriasis라고 합니다. (영어단어가 매우 어렵습니다)
해수어와 담수어 모두에게 올 수 있는 질병이긴 하나, 둘 사이에 원인균은 다릅니다. 해수어는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고 담수어는 원생동물의 섬모충류의 일종인 백점충이 피부에 기생하여 생기는 질병입니다. 이 포스팅에서는 담수어의 원인이 되는 백점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 백점충도 생애의 주기가 있습니다.
물속에 사는 백점충의 성충이 쏟아낸 자충이 물고기의 피부에 들러붙고, 그 자충이 성충이 되면 다시 물속으로 빠져나와 단단한 막을 만든 후 자충을 만들어 쏟아내는 주기입니다. 알려지기로는 이 사이클은 6~8일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얗게 뒤덮이는 것은 피부에 기생한 자충이 성충이 되어 빠져나오는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나머지 주기에서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우리가 박멸을 해야 할 때는 하얗게 뒤덮인 상황이 아닌, 자충을 만들어 쏟아낼 때 그 자충을 잡아야 합니다. 막에 둘러 쌓인 성충은 UV램프로도 죽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으며(물론 자충을 쏟아내고는 알아서 죽어버리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습니다.) 자충이 물고기 피부에 들러붙으면 또 치료가 안 됩니다.
결론은 물고기에 덮인 흰점을 얼른 떨어뜨려야 그 성충이 쏟아낸 자충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백점병의 특효약은 메틸렌블루입니다. 정말 아무데서나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수족관, 마트, 심지어 다이소에도 이제 메틸렌블루가 들어오는 판이니 기억 날 때 하나 집어 오시면 백점병은 이걸로 잡을 수 있습니다.
단, 위에서 이야기한 생애 주기를 잘 떠올리면서 치료에 들어가야 합니다.
대개 백점병 치료를 위해서는 고온욕이 권장이 되는데, 그 이유는 수온이 올라가면 저 백점충의 생애주기가 짧아지기 때문입니다. 보통의 수온에서 6~8일 걸릴 것이 3~4일로 줄어들어서 금방 성충이 되어 빠져나옵니다.
그래서 "백점병 치료시에는 수온을 30도까지 천천히 올려주고 약을 투여하세요." 라는 가이드가 나오는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수온이 30도로 올라가기도 전에 메틸렌블루를 부어버리면 효과가 전혀 없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우리가 잡아야 하는 것은 성충이 되어 빠져나온 백점충이 터트리는 자충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수온을 30도로 천천히 올리면 물고기를 뒤덮었던 백점이 하나씩 하나씩 떨어져 없어지는데, 그 때 메틸렌블루를 투여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충이 되어 나온 백점충은 자충을 터뜨리고 죽기 때문에 성충은 죽고, 터져나온 자충들은 메틸렌블루에 싹 녹아버리며 백점병이 치료됩니다. 게다가 모든 백점충이 똑같은 생애주기를 갖지는 않으므로 환수 후 재차 메틸렌블루를 투여하여 늦게 터지는 자충까지 싹 잡아버리면 치료는 끝입니다. 또한 메틸렌블루는 조명에 반응하여 없어지며 효과가 급감하므로, 절대 조명을 켜면 안 됩니다.
백점병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가 첫째는 대개 온도를 올리기 전에 메틸렌블루를 투여하여 약효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제일 많고, 둘째는 재차 메틸렌블루를 투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번만 투여해서 늦게 터지는 자충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그 다음입니다. 그래서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백점병이 다시 재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재발하는 것은 아니고 늦게 나온 성충이 터뜨리는 자충을 잡지 못해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편 민간요법으로 소금욕이 권장이 됩니다만, 소금은 사실 자충들을 죽이는 효과는 없고, 자충이 빠져나오는 동안까지 면역력을 조금(?) 높여주는 효과 정도는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소금을 구하는거나, 메틸렌블루를 구하는 것이나 그게 그거이므로 소금욕보다는 약욕이 훨씬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멜라픽스나 피마픽스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이 두 약은 백점충을 직접적으로 잡는 약이 아니므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차라리 메틸렌블루가 함유되어 있는 골든엘바진이 효과가 더 있습니다.
그리고 수온을 올리지 않고 잡으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있는데, 수온을 올리지 않더라도 타이밍을 잘 잡으면 효과가 없지는 않으나, 백점충이 물고기에 기생하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생존 확률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웬만하면 수온을 올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백점병은 어떻게 하면 가장 빠른 시간에 백점충을 몸 밖으로 떨어뜨리느냐가 치료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기억하시면 좋습니다.
백점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수온을 일정하게 맞춰주는 겁니다.
여름에 덥다고 히터 뺐다가, 가을에 찬 바람 불면 백점병이 오는 케이스가 매우 흔하며, 겨울에 히터 잘 쓰다가,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졌다며 히터 뺐다가 백점병 오는 케이스도 매우 흔합니다. 웬만하면 히터는 사계절 모두 넣어놓고 쓰는 것이 좋습니다. 히터가 먹는 전기요금보다 메틸렌블루 값이 더 비쌉니다. 제발 히터 빼지 마세요.
백점병 치료 방법을 요약하면,
1. 수온을 천천히 30도까지 올린다.
2. 백점이 물고기에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3. 백점이 물고기에서 떨어진 것을 확인 후 메틸렌블루를 투여한다.
4. 다음 날 환수를 진행한다. (수조 온도와 맞춰서 환수)
5. 환수 후 재차 메틸렌블루를 투여한다.
6. 2~3일 정도 경과를 지켜본다.
7. 백점이 다 없어짐을 확인 한 후 수온을 다시 천천히 낮춘다.
8. 다시 백점이 생기면, 2번으로 돌아가서 반복한다.
백점병 치료는 어려운 편은 아니나, 매우 귀찮고 약욕 중 드물게 본 항에 약을 쳐야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으므로(게다가 메틸렌블루는 시퍼런 색이라 짜증이 배가 됩니다.) 예방이 제일 중요합니다.
환절기가 오고 있습니다. 사람은 감기조심(지금은 COVID-19 조심), 애어는 백점병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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